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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ABC) 본문

아시아/네팔 안나푸르나 트레킹

네팔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ABC)

자판쟁이 2013. 2. 2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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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트레킹 -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새벽 5시에 맞춰둔 알람이 채 울리기도 전에 바깥에서 들려오는 분주한 소리에 잠을 깼다.

모두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에서 일출을 맞이하기 위해 서두르는 모양이다.

 

체온이 떨어지면 고산병이 더 심해진다니 일단 가지고 있는 옷이란 옷은 다 입어 봤다.

게스트하우스 창고에 있던 두꺼운 점퍼도 입어보고

바지도 3개 정도 껴입었는데도 여전히 몸은 바들바들 떨렸다.

 

준비를 마치고 밖에 나가보니 포터 아저씨는 벌써 나와계셨다.

서로 안부를 간단히 묻고 바로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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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역시 5분도 체 가지 못하고 주저앉고 말았다.

고산병은 정말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이다.

그렇게 괴로운 와중에도 하늘을 올려다봤는데 또 하늘은 어찌나 이쁜지..

이 순간을 즐기지 못하는 내가 한없이 원망스러울 뿐이었다.

 

보통 MBC에서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까지는 1시간 정도면 충분히 올라간다고 한다.

나는 출발한 지 2시간이 넘도록 도착하지 못하고 정신은 반쯤 나간 상태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걸 보는 포터 아저씨도 내가 많이 안쓰러웠나 보다.

여기서 포기하고 내려가도 절대 부끄러운 게 아니라며 나를 달래서 내려가려고 하셨다.

그래도 나는 괜찮다며 계속 가자고 오기를 부리니

아저씨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없이 내 어깨에 메고 있고 카메라와 삼각대마저 본인 가방에 넣으셨다.

비록 첫 출발은 안 좋았지만 지난 닷새 동안 그래도 정이 많이 들었나 보다.

 

 

그리고 장작 3시간 만에 나는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 도착을 했다. 하악

 

 

머리는 못 감아서 산발이고 얼굴은 팅팅 부어 있지만

그래도 며칠간 사투 끝에 얻은 소중한 내 발자취이다.

따뜻한 차와 마늘수프로 울렁거리는 속을 달래라는 포터 아저씨의 충고대로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 있는 식당에 왔다.

모두 며칠씩 못 씻은 얼굴로 접시에 코를 박고 먹는 모습이 흡사 난민수용소 같다.

 

사실 식당에 온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안개 때문이다.

베이스캠프에서의 일출을 보러 모두 새벽같이 올라온 것인데 저렇게 안개에 꽁꽁 싸여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 시간 정도를 기다리다가 울렁거림이 심해져서 아쉽지만, 그냥 내려가기로 했다.

이래서 여행도 운이 참 중요한 것 같다.

아쉬움에 계속 뒤돌아보며 사진을 찍었다.

올라갈 때는 카메라를 꺼낼 생각조차 못할 정도로 숨쉬기가 힘들었는데

그래도 하산길에는 뒤돌아 사진 찍을 정도의 여유가 생겼다.

점점 안개가 걷히는 것을 보니 더 기다려 볼걸이란 후회가 생기기도 했다.

아직 안개가 반쯤은 뒤덮은 설산이지만 그래도 멋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안개가 거의 다 걷히고 그 모습을 드러냈다.

더 가까이서 봤다면 훨씬 멋있었을 테지만 그래도 이곳에서나마 인증샷을 찍었다.

이 정도 모습을 드러내 준 것도 내 고생의 보답이라 여기며 한껏 가벼운 마음으로 내려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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