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여행 - 방비엥

내 생애 최고의 여행지 라오스 - 방비엥(Vang Vieng)

 

 

비엔티엔에서의 짧은 하루를 보내고 아침 일찍 출발하는 방비엥 버스를 탔다.

버스에 올라 자리에 앉으려고 보니 이미 자리가 만석이었다.

다른 사람이 앉지 못하게 가방을 의자 수북이 쌓아놓고는 먼 산을 보고 있는 사람도 많았고

자리는 있는데 의자가 없는 좌석도 있었다.

거의 버스 끝 좌석까지 갔을 때 남아 있는 한 자리가 보였다.

자리에 앉아 숨을 돌린 후 인사를 하고 보니 혼자 여행 온 한국분이었다.

일하는 분야가 비슷해서 가는 내내 심심하지 않게 이야기하며 4-5시간을 갈 수 있었다.

 

버스에서 맺어진 인연은 방비엥에 도착해서도 이어졌다.

근처에 미리 생각해 둔 숙소에 짐을 내려 놓고

온종일 프렌즈가 나오는 식당으로 가서 먹고 마시고 함께 한나절을 보냈다.

이 친구가 아니었으면 적막이 흐르는 방비엥에서 혼자 무얼하고 놀았을까 싶다.

 

해가 질 무렵 식당에서 나와 방비엥 주변을 돌아봤다.

방비엥 강가에서는 저렇게 온종일 튜브를 타고 내려오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아무런 안전 장비도 없이 저렇게 둥둥 떠내려오는 게 위험해 보였는데

아니나다를까 매년 이곳은 익사사고가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석양을 보며 나름 감성에 젖어있을 때쯤 어디선가 "붐!붐!붐!붐!" 나이트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저 멀리 맥주를 한 손에 들고 춤을 추고 있는 서양인들이 보였다.

그러고 보니 방비엥에 와서 현지인을 본 기억이 없다.

방비엥에서 있는 반나절 동안 많은 여행자들과 마주친 반면

라오스 현지인들은 식당, 게스트하우스, 여행사가 아니면 보기가 힘들었다.

 

나중에 들은 말에 의하면 이곳에 살던 라오스 주민들은

외국인 여행자가 들어오면서 생긴 식당, 게스트하우스 등에 밀려

모두 방비엥 외곽으로 옮겨 갔다고 한다.

이야말로 주객이 제대로 전도된 경우가 아닌가 싶다.

어디든 자본이 들어오고 개발이 되기 시작하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은 힘없는 주민일 경우가 많은데

라오스 또한 밀려드는 여행자들로 인해 그 순수함을 잃어가지 않을까 벌써부터 걱정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