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남섬여행 - 밀포드사운드 Day3

 

 

아무것도 없는 이곳에 온 지 벌써 3일째 되었다.

 

가지고 온 생수는 동이나서 오늘부터는 물을 끓여 식혀서 가지고 가야 해서 조금 더 일찍 일어났다.

정수해주는 알약도 가지고 왔는데 나하고는 잘 맞지 않는 것 같아서 그냥 다른 여행자를 주었다. 

다행히 날씨가 쌀쌀해서 오히려 따뜻한 물통이 싫지 않다.

 

미지근한 우유와 시리얼로 아침을 때우고 해가 밝기도 전에 짐을 챙겨 나왔다.

 

열심히 먹은 덕에 어제보다 가방은 가볍지만 오늘 코스는 절대 쉽지 않다.

2시간 가까이 돌산을 오르기만 했다.

출발한 지 2시간이 조금 넘어갔을 때쯤 오르막이 끝이 나고 드디어 정상 같은 곳에 도착했다.

 

 

 

 고도 때문인지 기온도 영하처럼 느껴지고 바람 또한 거세게 분다.

정상에서 얼마 되지 않는 곳에 쉼터가 나왔다.

아직 11시도 안 됐지만 김이 모락모락 나는 라면으로 추운 속을 달랬다.

 

 정확한 트랙의 구분이 없어졌을 때는 저 주황색 봉을 따라 가면 된다.

 오늘은 내내 돌길이 이어진다.

 

 

 짜릿한 다리를 지나고 나면

무려 580미터에서 떨어지는 서더랜드 폭포(Sutherland Falls)가 나온다.

폭포 근처만 가도 옷이 다 젖을 정도로 강력한 물줄기였는데

저 살짝 맛 간 남자가 저곳까지 올라갔다.

이날 정말 추운 날이었는데...

나도 올라갈까 살짝 고민했지만 젖은 신발과 옷을 입고 추운 날씨에 몇 시간을 갈 생각을 하니 바로 돌아서 졌다.

 

하지만 그런 나의 생각도 무색하게 얼마 가지 않아 폭우가 쏟아졌다.

어차피 젖을 거라면 그냥 미친 듯 폭포에서 맘껏 놀다 올 것을..

 

앞이 안 보일 정도의 비가 헛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내리쳤다.

비 맞는 게 너무 싫은 내가 얼마나 뛰었는지 이번엔 3등으로 도착을 했다.

먼저 도착한 남자 두 명은 새벽 5시에 출발해 12시 이전에 도착했다고 한다.

비도 안 맞아서 뽀송뽀송한 채로 한가롭게 난로를 쬐고 있다.

 

흠뻑 젖은 신발을 난로 옆에 세워두고 옷가지를 챙겨 화장실로 갔다.

이런 날은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해야 하는데 따뜻한 물은 커녕 샤워장도 없다.

세면대에서 머리를 감고 찬물로 적당히 몸을 씻었다.

 

이틀째 넘어 오면서부터 옆에 가까이 가는 게 무서울 정도로 냄새가 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났다.

샤워장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싶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아예 씻을 시도조차 안 하는듯하다.

 

일찍 도착해서 할 일도 없고 어차피 내일이 마지막 날이니

내일 먹을 두 끼 정도만 남겨두고 남아있던 식량을 다 먹어치웠다.

다른 사람들도 같은 생각인지 오늘따라 이거저거 권하는 사람이 많았다.

 

이젠 먹을거리보다 3일간 쌓인 쓰레기가 더 무거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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