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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안나푸르나 트레킹 간드룩(Ghandruk) - 촘롱(Chomrong) 본문

아시아/네팔 안나푸르나 트레킹

네팔 안나푸르나 트레킹 간드룩(Ghandruk) - 촘롱(Chomrong)

자판쟁이 2013. 2. 7. 08:42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트레킹 - 초콜릿에 멍드는 아이들

 

 

 

히말라야에서 맞는 두번째 날이 밝았다.

방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설산은 마치 꿈을 꾸듯 아름답다.

하지만 아름다움도 잠시.

오늘도 역시 괴로운 돌계단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잠깐 가방을 내려놓고 쉬어가려는 찰나

저 멀리서 남자 아이 하나가 미친듯이 우리를 보며 뛰어온다.

인사의 말 한마디 없이 다짜고짜 손을 내밀고는 "초 콜 릿" 이란다.

아무리 어린 아이라지만 요거 당돌하다.

 

여행자들이 무분별하게 주는 초콜릿으로 인해

 히말라야 어린이들이 심각한 충치에 시달리고 있다고 해서

나는 아이들에게 줄 사탕이나 초콜릿을 따로 준비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 아이는 막무가내로 달려와서 빚이라도 받아내듯 초콜릿 초콜릿을 외쳐대며 떠날줄을 모른다.

못이기는척하고 초콜릿 대신 주려고 싸온 어린이용 젤리 비타민를 하나 주었는데도

하나 가지고는 성에 안차는지 저렇게 서서는 떠날줄을 모른다.

결국 아이 등살에 못이겨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햇빛만 쬐면 미친듯 가져운 증상때문에

나는 땀이 뚝뚝 떨어지는 와중에도 

긴팔, 긴바지를 입고 걸어야 했다.

이번에는 방긋 다가와 인사를 하고는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포토, 포토" 를 외치는 남매를 만났다.

단순히 사진 찍는걸 좋아하는 남매겠거니 해서

같이 사진도 찍고 이야기도 나눴는데 헤어지려고 인사를 하니

역시나 "초콜릿"을 달라고 한다.

 

아무래도 이것이 이 아이들의 하루 일과 인듯 하다.

하루종일 길거리에 앉아서 친절히 사진을 찍어주고 초콜릿이나 사탕을 받아 먹는..

 

그래도 양치질을 잘 하지 않는 히말라야 아이들에게 초콜릿은 이빨에 안좋다고 하니

차마 가방에 있는 초콜릿을 주지 못하고 그냥 비타민과 노트 한권을 주고 말았다.

 

앞으로 올라가면서 얼마나 더 많은 이런 아이들을 만나야 할지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

늦은 아침을 먹고 있는데 무언가 들썩들썩한 분위기가 느껴져서 나와보니

이 아저씨가 텔레비전을 사왔다고 한다.

새 텔레비전 주변으로 동네 어른들과 등교중이었던 아이들까지 몰려들었고 아저씨는 자랑을 하느라 연신 싱글벙글이다.

여기 사는 사람들에게는 저 텔레비전이 그렇게 신기한가보다.

내눈에는 저걸 이곳까지 메고 올라고 저 아저씨가 가장 신기한데 말이다.

안이 보이지도 않는 박스만 구경하면서도 얼굴엔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학교에 가는 아이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었다.

히말라야는 네팔인들의 삶의 터전이기도 하다.

산 중턱마다 수많은 집들이 있고 작은 그 무엇하나라도 얻기 위해서는

밑에서부터 이고지고 올라와야 한다.

우리가 평생 한번 죽을똥 말똥 오르는 이 산길을

어떤이들은 평생 매일같이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것이다.

첫째날도 힘들었지만 둘째날은 더더더 힘들었다.

 

끝도 없는 계단을 오르고 또 오를때마다

심장은 튀어 나올듯 요동을 치고

도대체 나는 왜 이곳에 와서 이 고생을 하고 있는건지..

내 결정을 한없이 후회했다.

오늘은 그래도 3시 이전에 예정했던 촘롱까지 왔다.

빨리 도착한 김에 샤워를 하면서 간단하게 손빨래도 했다.

 

히말라야 한자락에서 말라가는 내빨래를 배경으로

책도 보고 일기도 쓰며 한가로이 저녁을 보내고 나니

오후의 고통은 싹 잊혀지고 내일에 대한 기대만 남았다.

사람은 이래서 사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