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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라오스

라오스여행 - 므앙씽

자판쟁이 2013. 7. 22. 17:11

 

라오스여행 - 므앙씽

 

 

라오스에서 도시간 이동은 상상 이상의 고행이었다.

므앙 응오이 느아에서 므앙씽으로 오기까지 하루하고도 반나절이 걸렸다.

 

간단하게 여정을 살펴보면

므앙응오이 느아 -- (보트 이동) -- 므앙 응오이 -- (버스 이동) -- 우돔싸이-- (버스 이동)

-- 루앙남타 -- (하루 숙박 후 버스 이동) -- 므앙씽

이동 중에 탔던 버스는 굉장히 오래된 버스로 에어컨이 아예 없고

좌석도 봉고차같이 다닥다닥 붙어있는데다가

만석이 되지 않으면 출발 시간이 넘어도 출발하지 않아서

찜통 같은 버스에서 무한 대기해야 했다.

 

라오스 날씨는 

그냥 앉아만 있어서 땀이 줄줄 흐르는데

저런 식으로 이동을 하다 보니

등부터 허벅지까지 땀띠가 나서 며칠을 고생했다.

 

 

 

므앙씽에 도착한 첫날은 침대에 누워 그로기 상태로 보냈고

다음날 아침,

해가 뜨지도 않은 새벽에 눈을 떴다.

 

 

므앙씽이 워낙 작다 보니 게스트하우스가 몇 개 되지 않는데

그중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집으로 골랐다.

아침에 일어나서 풍경을 보니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므앙씽은 고산족 마을을 따라 도는 트레킹으로 유명한데

투어 비용이 생각보다 비싸서 고민 끝에 그냥 자전거로 돌아보기로 했다.   

 

 

므앙 응오이 느아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나

우연히 나의 동행이 된 타쿠미군이다.

 

재일 교포 2세 어머니와 일본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는데

한국 사람을 볼 때마다 자신에게도 한국인의 피가 섞여 있음 자랑하고 다녔다.

 

하지만 한국인의 피만 섞여 있을 뿐 한국말은 인사밖에 모르고

영어 수준도 비슷했는데

NHK 방송국 피디라는 의외의 직업을 가진 반전남이다.

 

누굴 만나던 마치 상대방이 일본말을 아는 것처럼 일본말로 일단 이야기하는 타쿠미가

처음에는 이상해 보이기도 하고 무례해 보이기까지 했는데

끝이 보이지 않는 넉살로 전 세계의 여행자들과 친구가 되는 모습을 보니

오히려 그의 당당함이 부럽기까지 했다.

 

타쿠미가 영어를 못해서 우리는 주로 일본어로 이야기 했는데

덕분에 내 일본어가 많이 늘었다.

워낙 일본인 여행자를 많이 만나다보니

굳이 학원을 가지 않아도 내 일본어는 쑥쑥 느는 것 같다.

 

 

날씨가 워낙 덥다보니 얼마 달리지 않았는데도 지쳐버렸다.

휴식도 취하고 점심도 먹을 겸 식당에 들어갔다.

 

 

식당에 가자마자 둘 다 뻗어버렸는데

 타쿠미가 갑자기 누워있던 나를 툭 친다.

 

' 저거 한국 드라마다 '

' 응? 한국어가 아니자나 '

 

자세히 보니 한국 드라마가 맞는데 태국어 더빙을 하다보니 몰라봤던 거였다.

한국 드라마의 힘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라오스 오지 중에서도 오지인 이곳 사람들도 보고 있다니..

 

 

밥을 먹고 쉬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아이 3명이 누워있는 우리를 

먼발치에서 쳐다보고 있는 게 느껴졌다.

 

악세사리를 파는 어린아이들인데 아직 숫기가 없는지 우리가 먼저 말을 시키기 전까지

한마디도 못하고 저렇게 바라만 보고 있었다.

 

악세사리에 관심이 없던 우리는 가지고 있던 볼펜을 주고

나눠마시라며 시원한 콜라 한 캔을 시켜줬더니

수줍게 고맙다고 인사를 꾸벅하고는 조용히 사라졌다.

 

 

본격적으로 몇십 분을 달려 이름도 모를 고산족 마을에 왔다.

 

 

너무나도 조용한 마을이어서 속삭이며 걷고 있었는데

한 아이가 우릴 보고 소리치니

다 어디서 나온 건지 어느 순간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그중에 한 아이가 자기 집을 구경시켜 준다며 우리를 끌고 갔다.

들어가자마자 우리를 앉히고는

얼마나 열과 성을 다해 이런저런 샘플을 보여주는지

안 사고는 못 배길 정도였다. 

 

 

장인의 손길이라는 게 이런 것이었을까..

 

원하는 색깔을 고르면 직접 앞에서 한땀한땀 따주는데

어린아이 손끝이 얼마나 여문 지 모른다.

 

도대체 이 아이는 몇 살부터 이걸 해왔을까..

 

 

장인의 손길로 한땀한땀 만든 명품(?) 발찌를 두르고 

소들의 호위를 받으며 므앙씽 시내로 돌아가려는데 소나기가 무섭게 내린다.

비가 내리면 시원해야 하는데 오히려 지면의 열기가 올라와서 더 덥게 느껴진다.

 

 

게스트하우스에 돌아와서 보니

얼굴은 햇볕에 익어서 벌겋게 달아올랐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비+땀범벅이 된 서로가 어찌나 웃기던지..

 

우연히 함께한 타쿠미 덕에 므앙씽에서의 하루는 무한 즐거움이었다.

이럴 때면 여행은 역시 "어디"보다는 "누구"와가 더 중요함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