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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여행 Welcome to Outback 스릴넘치는 아웃백 여행 본문

호주/호주 일주

호주여행 Welcome to Outback 스릴넘치는 아웃백 여행

자판쟁이 2015. 3. 9. 11:30

Welcome to Outback

호주여행

 

 

 

이곳이 오늘 나의 화려한 주방이다.

매일 잠자리가 바뀌고 식탁이 달라지는 여행자에게 이렇게 완벽한 아궁이를 만나는 건 행운 중의 행운이다.

 

  

압력솥에 밥을 하고

울룰루 슈퍼마켓에서 사 온 김치로 김치찌개를 끓이고

남아있던 고구마, 감자, 밤을 호일에 감싸 아궁이에 집어넣었다.

 

요즘 삼시세끼를 보면 이때 추억이 물밀듯 밀려온다.

이렇게 불을 지펴 밥을 해먹은 끼니는 추억까지 함께 더불어 먹은 기분이 든다.

한 끼를 먹기 위해 나무를 모으고 불을 붙이고~

이런 날에는 꼭 감자나 고구마도 함께 구워 먹었다.

너무 어두워 사진은 못 찍었지만 지난밤에는 여기서 팝콘도 튀겨 먹었다.

우연히 들른 슈퍼마켓에서 팝콘 콩을 보고 이게 진짜 될까 싶었는데

프라이팬에 버터를 조금 넣고 구워보니 진짜 팝콘처럼 팡팡 튀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신기하고 재미있던지~

여행하며 세상살이를 다시 배우는 기분이 든다.

 

 

아침 성찬을 즐기고 있는 도중 자전거로 여행하는 커플을 만났다.

나도 호주 동부 해안을 자전거로 여행한 적이 있었다.

땅덩이 넓은 호주를 자전거로 여행한다니 모두들 미쳤다고 했지만 힘든 만큼 즐거운 추억이 되었다.

근데 아웃백을 자전거로 여행하는 이들을 보니 나도 모르게 미쳤다는 말이 나온다.

내가 여행한 호주 동부는 적어도 100km에 한 곳 정도는 편의점이나 마트를 만날 수 있지만

이곳은 정말 아무것도 없는 사막이다.

사막의 열기를 오롯이 몸으로 견뎌야 하고 급수 포인트를 잘못 계산하면 정말 목숨이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곳이다.

 

인사와 안부만 묻고 보내는 게 못내 아쉬워

떠나는 길에 아궁이에서 구운 뜨거운 감자와 자동차 냉장고에서 꺼낸 시원한 물 두 통을 선물로 주었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우리도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여행자는 물론 호주 현지인조차 Birdsville은 생소한 도시인데

난 어느 순간 저 작은 마을에 푹 빠져버렸다.

사실 버즈빌에 빠진 게 아니라 심슨 데저트(Simpson Desert)에 빠진 것이다.

 

버즈빌은 심슨 데저트를 가기 위해 초입일 뿐인데

비포장도로 1,300km를 달려 버즈빌까지 무사히 간다면

왠지 심슨데저트도 나에게 길을 열어주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다.

 

 

엘리스 스프링스에서 Tennant Creek 지나 Barkly Hwy로 가는 포장도로 길이 있는데

우리는 제대로 된 아웃백 여행을 즐기기 위해 498km 아웃백 도로인 Plenty Highway를 타고 가기로 했다.

비포장도로면서도 이름이 고속도로, Highway인 특이한 도로이다.

 

 

도로 초입은 포장 도로 이긴 한데 1차선이다.

포장도로로 달리다 반대편에서 차가 오면 옆으로 비켜주거나

포장도로에 서로 반만 걸쳐 가는 식으로 지나간다.

 

 

30리터 제리캔과 차량에 기름을 가득 채우고 출발한 지 얼마 안 됐지만

아웃백에서는 기름통에 기름이 가득 차야 안심이 되니 주유소 표시가 보이자마자 주유소로 들어갔다.

 

 

근데 가격이 리터에 2.25달러로 사악하기 그지없다.

당시 시드니 휘발유 가격이 1.30 정도였는데 리터당 1불(1,000원)이 더 비싼 거다.

그나마 기름이 별로 없다며 차량당 25리터 이상은 팔지도 않겠다고 한다.

아웃백에서만 느낄 수 있는 배짱장사이다.

 

 

차에 기름을 만땅 채우고 계속 달리다 보니 드디어 비포장도로를 알리는 Gravel Road 사인이 보인다. 

 

 

 Welcome to Outback!!

비포장도로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이제부터 진짜 리얼 아웃백인 거다.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잠시 차를 세웠더니 뒤에 있던 소가 멀뚱히 우리를 쳐다본다.

 

 

혹시나 공격적으로 변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차에서 못 내리고 한참을 서로 째려보기만 했는데

소도 자신의 안전을 확인했는지 시크하게 가던 길을 마저 건넜다.

 

 

차에서 내려 인증사진 한 장 박고 출렁거리는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버즈빌까지 1,300km을 달려야 하니 오늘 어디까지 가야겠다는 목적지도 딱히 없었다.

그저 아무 사고 없이 해가 지기 전까지 달리다가

적당한 곳을 찾아 텐트를 치면 그곳이 침실이 되는 거는 거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다 일이 터졌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타이어가 터졌다.

 

 

차에 조예가 없는 내가 타이어에 관심을 두었으면 얼마나 두었겠느냐만

이렇게 갈려버린 타이어는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본다.

 

 

타이어야 트렁크에 있던 스페어타이어로 교체해주면 그만이지만

문제는 스페어타이어 없이 계속 이 길을 따라 1,000km를 달릴 수 있느냐는 거였다.

 

비포장도로를 수천 킬로미터 달리는 아웃백 여행에서 여분의 타이어 2~3개는 기본 중 기본이라

어제 엘리스 스프링스에 있는 모든 타이어 가게를 다 돌아다녔는데 기아 스포티지에 맞는 타이어를 구하지 못했다.

 

 

스페어타이어를 한 개밖에 준비하지 못한 게 계속 마음에 걸렸었는데 이렇게 현실이 되어버렸다.

 

 

운에 맡기고 계속 갈 것인가?

아니면 엘리스 스프링스로 돌아가서 타이어를 고친 후 돌아올 것인가?

 

치열하게 고민하다 돌아가는 쪽으로 결론을 냈다.

스페어 타이어 없이 길을 계속 가다가 혹시 또다시 펑크가 나면 그때는 정말 난감해지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달려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기분이란~

걷는 것도 아닌데 발길이 무겁다.

 

 

실망감이 이만저만 아닌 와중에도 가는 길에 만난 대형 개미집을 보고 또 좋다고 사진을 찍었다.

 

 

가다가 엔진도 식히고 저녁도 먹을 겸 차를 세웠는데 1시간이 넘도록 차는커녕 소 한 마리 지나가질 않았다.

이렇게 인적이 없는 길에 고립되는 건 상상만 해도 무서운 일 일거라며 애써 위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