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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여행] 좌충우돌 사막 체험기 심슨데저트 Simpson Desert 본문

호주/호주 일주

[호주여행] 좌충우돌 사막 체험기 심슨데저트 Simpson Desert

자판쟁이 2015. 4. 7. 11:30

 

심슨 데저트

호주여행

 

 

 

버즈빌을 둘러보고 심슨데저트로 향했다.

가는 길은 설렘 반, 두려움 반~

 

심슨 사막이 가까워질수록 관광안내소에 봤던 전복된 차량이 떠오르기도 하고~

혹시 차가 고장 나서 고립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고~

 

 

심슨 사막은 여름인 12월 1일부터 3월 15일까지는 출입이 금지된다.

기온이 40도가 넘어가면 사람도 차도 모두 탈이 나는데 이 기간에는 40~50도가 수시로 넘어간다.

또 비가 많이 내리는데 사막에 폭우가 내리면 금세 범람하기 때문에 상당히 위험하다.

실제로 몇 년 전에 범람한 사막을 건너려다가 8명의 사망자가 나오기도 했다.

 

그 외에도 굶주린 딩고나 뱀 같은 야생 동물을 만날 수도 있고

차량 고장으로 고립된 후 제때 구조를 받지 못하면 그 자리에서 한 줌의 흙이 될 수도 있다.

 

아직 미지의 세계로 남아있는 사막이다 보니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고 그 위험은 목숨과 직결되기도 한다.

 

 

사막여행 주의 사항

 

 - 위성폰이나 UHF 라디오 준비(핸드폰 안 터짐)

 - 반대편 언덕에서 오는 차와 충돌을 피하기 위해 높은 깃발을 설치

 - 고립될 경우를 대비해 충분한 양의 물과 식량 구미

 - 사막에 들어서면서 타이어 기압을 낮추기(높은 타이어 기압은 전복 위험이 커짐)

 

 

 

 

 

 

 

 

버즈빌에서 30km 가까이 달려오니 멀리 Little Red가 보이기 시작했다.

심슨 사막은 세계에서 가장 큰 사구/모래언덕(Sand Dune) 사막이다.

심슨 사막을 횡단하려면 수백 개의 모래언덕을 넘어가야 하는데 Little Red가 바로 그 시작이다.

저걸 못 넘어가면 버즈빌까지 수천 킬로를 달려와서 사막 구경도 못 하고 가는 거다.

 

 

타이어 기압을 25psi로 낮추고 엑셀을 최대한 밟아 한 번에 올라갔다.

 

 

중간에 차를 세워놓고 리틀 레드는 걸어서 올라갔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심슨 데저트를 횡단하는 게 꿈이 되었다.

이번 여행은 심슨 데저트 횡단을 위한 초석 정도로 사막을 느껴보는 게 목표였는데 이렇게 도착한 게 믿어지지 않는다.

 

 

손에 잡히지 않을 정도로 고운 모래를 손으로 만져도 보고~

 

 

그 위를 살살 걸어도 보고~

 

 

앉아서 요리조리 둘러도 보고~

 

 

수천 년의 역사도 화려한 야경도 먹거리 천국도 아닌 불모지 사막이 왜 꿈의 여행지가 되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쉽게 여행자를 허락하지 않는 도도함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그냥 원시적인 자연환경에 놓이는 걸 좋아하는 지도 모르겠다.

 

 

사막에 대한 기대감만큼 두려움도 컸기에 조금이라도 위험하다 느끼면 돌아가려했었다.

그런데 Little Red를 너무 쉽게 넘어 올라왔더니 자신감이 급 상승했다.

별 고민없이 미끄러지듯 리틀 레드를 내려와 빅레드로 갔다.

이제 빅 레드를 정복할 때다!

 

 

이곳은 사막이라는 듯 살점 하나 남지 않은 소가 덩그러니 누워있다.

평소같았으면 저걸로 소가죽 지갑을 만들거라는 둥~ 쓸데없는 농담을 했을텐데

왠지 소의 현재가 나의 미래일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급 무서워졌다.

 

 

 

 

계속 달리다 보니 리틀 레드의 두배는 되어 보이는 빅레드가 다가왔다.

저길 넘으면 오늘 최상의 시나리오인거고 못넘으면 리틀 레드라도 넘은 걸 기쁘게 생각하고 돌아갈 생각이다.

 

 

급격한 장면 전환에 놀라지 마시길~ㅋㅋ

빅 레드로 가는 사진을 찍고 한동안 사진을 찍지 못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차체가 높지 않은 스포티지가 빅레드를 올라가는 건 무리였다.

모래에 바퀴가 절반도 못 올라가고 빠져버렸다.

차가 모래에 빠져버려서 당황하기는 했지만 삽으로 길을 내서 탈출했고 빅레드에 오르는 건 그렇게 포기했다.

거기까지는 예상했던 거니까 괜찮았다.

 

그런데 문제는 리틀 레드로 돌아왔는데 넘어갈 수가 없었다. ㅠ

올라왔던 쪽보다 돌아가는 쪽이 모래가 더 곱고 경사도 높았는데

내려갈 때는 리틀 레드를 올랐다는 자만심에 빠져 그 차이를 발견하지 못한거다.

 

차가 무거워서 그럴수도 있다고 판단해서 모든 물건을 내려 놓고도 시도해봤는데 결과는 마찬가지~

횡단을 마치고 돌아온 가족을 만났는데 버즈빌로 가서 신고를 해주겠다며 유유히 사라져버렸다.

 

무작정 기다릴 수는 없으니 친구가 차를 몰고 다른 길을 찾아보겠다며 나갔는데

2시간 넘게 소식이 없어서 걱정에 두려움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려는 찰나 반대편에서 돌아왔다.

 

 

친구가 사라진 2시간 동안 나홀로 리틀 레드 언덕 위에서 진심으로 생존을 걱정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어리석은 행동이었다.

친구가 다른 길을 찾지 못하고 고립되었다면 먹을 것 없이 떠난 친구도 위험했을 거고

아무런 보호막 없이 사막에서 혼자 밤을 맞이했을 나 또한 상당히 위험했을 거다.

 

 

사막에 발자국은 새겼으나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은 씁쓸함만 남았다.

 

 

반대편에 남겨두었던 모든 짐은 손으로 직접 옮겼다.

이게 뭔 짓인지~ ㅋㅋ

 

 

그렇게 모든 짐을 다 옮기고 버즈빌로 돌아갈 준비를 마치자마자
그간 졸였던 마음고생은 모두 잊고 여행자 모드로 전환!

 

해가 떨어지자 붉게 변하는 사막과 지평선은 장관이었다.

일이 다 해결되고 나니 더 들어갔으면 더 멋졌겠지라는 생각이 드는 게 나도 못말리겠다.

 

고립된 몇 시간 동안 너무 마음을 졸렸던 탓에 아웃백 일정을 모두 뒤로하고 도망치듯 버즈빌을 떠나왔다.

 

이 사건이 아직도 트라우마로 남아 있지만 심슨 사막 횡단은 변함없이 여행자로서의 꿈이다.

더 좋은 차로 더 완벽하게 준비해서 다음에는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