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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추억 여행 5년전 자전거 여행으로 갔던 그길을 다시 가보다. 본문

호주/호주 일주

호주 추억 여행 5년전 자전거 여행으로 갔던 그길을 다시 가보다.

자판쟁이 2015. 5. 6. 14:30

여행의 추억은 또 다른 여행을 부른다.

호주여행

 

 

케언즈에서 짧은 시간을 보내고 바로 길을 나섰다.

1,200km를 달려 케언즈로 간 건 케언즈가 보고 싶었다기보다는

5년 전 자전거여행으로 달렸던 그 길을 다시 가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일종의 추억여행이랄까~

 

 

자전거 여행 당시 친구가 되어준 사탕수수와 바나나~

아직도 그대로다.

자전거로 지나가다 마침 일하는 아저씨와 눈이 마주쳤던 덕에 바나나도 몇 개 얻어먹었었다.

 

 

 

 

텐트, 침낭에 그리고 2~3일 치 식량까지~

15kg 가까이 되는 짐을 싣고 힘겹게 나아갔던 길이라 시간이 이렇게 흘러도 하나하나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자전거 여행 당시 잠시 쉬어갔던 그곳에서 잠시 쉬고

라면을 끓여 먹었던 곳을 찾아 똑같이 라면을 끓여 먹고~ㅋㅋ

 

 

그렇게 가다 쉬다를 반복하다 자전거 여행의 첫 번째 밤을 보냈던 바빈다(Babinda)에 도착했다.

첫날이라 더 힘들었었는데 자동차로 오니 1~2시간 거리였다.

기찻길이 있는 저 자리에서 한 아주머니를 만나 캠핑장 위치를 물었고

감사하게도 3km가 넘는 거리를 자기 차로 에스코트해서 데려다주셨다.

 

 

화장실만 덩그러니 있던 자리에 이제는 샤워시설이 들어와 있었다.

그때는 땀과 선크림이 범벅이 된 몸을 씻지도 못하고 잠들었었는데

이제 이곳에 도착하는 여행자는 깔끔히 씻고 잠자리에 들 수 있겠다.

우리가 캠핑을 했던 자리를 한 번 둘러보고 바빈다 시내로 나갔다.

 

 

당시 정말 맛있어서 엄지 척 들어줬던 스테이크 집을 찾아갔는데 문이 닫혀있었다.

아쉽네~

 

 

 

 

가는 중에 Josephine Falls에 들렀다.

시원한 폭포가 보고 싶었었는데 자전거 여행할 때는 왕복 15km 되는 거리가 부담스러워서 들어가지 않았었다.

 

 

 

 

근데 막상 가보니 폭포라기보다는 계곡에 가깝네~

 

 

다시 A1를 타고 두 번째 밤을 보냈던 Innisfail에 왔다.

 

 

자전거 트레일러에 나사가 빠져서 의도치 않게 하루를 머물다 갔었는데

그때 나사를 샀던 철물점에도 들르고 머물렀던 캠핑장도 살짝 둘러봤다.

우연히 캠핑장 사장님을 만났는데 우리가 5년 전에 자전거로 여행하다 이곳에서 하룻밤 머물다 갔다고 하니

반갑게 맞아주시며 마음껏 둘러보고 가라 하셨다.

 

 

 

 

우리에게 미션같았던 Mission Beach 가는길~

 

 

즉흥적으로 바다가 보고 싶어 방향을 틀어 들어갔었는데

계속되는 오르막에 우리 체력을 탈탈 털게 만들었던 곳이다.

 

가다가 해가 지는 바람에 원치 않게 야간 라이딩을 했었는데

갓길도 없고 가로등도 없는 산길을 한참 달렸었다.

얼마나 긴장을 했는지 뒤에서 차오는 소리라도 나면 두려움에 땀을 비 오듯 흘렸었다.

 

 

이렇게 가파른 길을 우리가 자전거로 갔었다니~

 

 

자전거 여행이 힘들다 보니 먹었던 음식 하나하나가 모두 맛있었는데

미션비치에서 먹었던 햄버거도 그중 하나였다.

 

 

5년 전에 갔던 그 햄버거집을 찾아갔는데 분위기가 많이 변했다.

물어보니 주인도 바뀌었다고 한다.

그때는 햄버거에 호주 국기를 꽂아줬었는데 ㅋㅋ

얼핏 봐도 재료도 그때가 더 싱싱해 보이고 맛도 그전이 훨씬 맛있었다.

 

당시만 해도 이곳에는 동양인이 거의 없어서인지 내가 햄버거가게에 들어서자마자 모든 시선이 나에게 꽂혔었다.

내 몸짓 하나하나를 흘깃흘깃 쳐다보는 게 느껴졌었는데

내가 햄버거 사진을 찍자 나지막한 탄성까지 들려왔었다.

당시에는 음식 사진을 찍는 게 정말 이상하게 비춰졌나보다.

 

<<  5년 전 햄버거 >>

 

 

미션 비치를 한가로이 걸어보고 싶었는데 비가 미친 듯 쏟아졌다.

어렵게 온 곳이다 보니 더 즐겁게 놀았던 기억이 있는데 비가 와서 그런지 을씨년스럽게 느껴진다.

 

 

지나가다 도로공사 중인 곳이 많아서 자주 차를 세웠다.

신호를 기다리며 지나가는 말로 하루 종일 Stop 사인을 들고 있을 저 사람 참 지루하겠다 했더니

친구 말로는 저 직업이 돈을 꽤 많이 받는다고 한다.

 

호주는 참 알 수 없는 나라다.

힘들고 지루한 일이 대학 나와서 머리 쓰는 일보다 더 많이 버는 경우가 허다하다.

몸이 힘든 만큼 더 많이 받으니 더 공정한 건가?

 

 

계속 달려 호주 자전거 여행을 마무리했던 타운즈빌로 왔다.

 

 

비치를 따라 있던 산책로가 참 예쁘고 생기 넘쳤던 도시로 기억하는데

 날이 흐려서 그런지 거리에 사람이 없었다.

 

 

 ▲ 5년 전 사진 ▼

 

 

 

자전거로 갔던 그 길을 언젠가 다시 한 번 와보고 싶긴 했는데 이렇게 빨리 와 볼 줄은 몰랐다.

변화가 더딘 호주라 지난 여행을 복기하는 게 더 즐거웠다.

 

한동안 자전거로 여행하는 즐거움을 잊고 있었는데 이 길을 다시 와보니 호주 자전거 여행의 추억뿐만 아니라

트럭과 사투를 벌이며 좁은 갓길을 따라 달렸던 한국 자전거 여행도 떠올랐다.

 

여행의 추억은 추억으로만 남지 않고 또 다른 여행을 부르나 보다.

이때 막연히 생각했던 한국 자전거 여행을 올해 실천할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자전거 전용도로가 4대강을 따라 깔렸으니 아마 그때보다는 쉽게 달릴 수 있을 것 같다.

한국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는 또 어떤 여행을 꿈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