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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창고/도서리뷰

최인호 별세 -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자판쟁이 2013. 9. 25. 23:42

 

최인호 별세 -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오늘 마침 최인호 작가의 책을 읽고 뉴스를 켜니 사망소식이 들려왔다.

최인호 작가는 고래사냥, 깊고 푸른 밤, 별들의 고향 등 많은 그의 소설이 영화로 제작되어 유명세를 치렀고, 고등학교 2학년 때 신춘문예에 당선돼서 최연소 신춘문예 당선 타이틀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천재성을 지닌 타고난 소설가였다.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는 최인호 작가가 투병 중에 5년여 만에 출간한 책으로

그의 문학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한 가정의 아빠로서, 사회인으로서 건실히 살아가던 K가

어느 날 잠에서 깨자 낯익었던 모든 것이 낯설게 느껴진다.

그의 가족과 그를 둘러싼 모든 것이 뭔지 모르게 어긋난 듯한 느낌이 들면서

자신이 살고 있던 현실이 무너지는 듯한 절망감 속에서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사실 K에게 갑자기 벌어진 낯선 현실은 최인호 작가에게는 암이라는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죽음의 존재가 현실로 다가왔을 때 그의 세상도 K와 같이 혼란스러움 속에 무너졌으리라.

내 몸의 그 무언가가 나를 공격하고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으니

그를 둘러싼 모든 것에 대한 믿음도 무너졌을지 모른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손에 가시가 박힌 것처럼 불편한 마음이 몰려왔다.

 

내가 누구인가를 모른 채 살아갔을 때

우리는 모두 K처럼 어느 날 갑자기 자기가 살아온 세계가 낯설고 혼란스럽게 느껴지면서

본인의 삶을 부정해야 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경고 아닌 경고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불편하지만 빨려드는 매력을 지닌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였다.

 

 

 

내가 죽음의 자리에 누워 영원히 눈을 감을 때까지 나는 이 인연을 버리지 않을 것이다.

내가 쓴 보잘것 없는 글들이 이 가난한 세상에 작은 위로의 눈발이 될 수 있도록,

그 누군가의 헐벗은 이불 속 한 점 온기가 되어줄 수 있도록,

나는 저 눈 내린 백지 위를 걸어갈 것이다.

 

- 고 최인호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