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남섬여행 - 밀포드 사운드 트레킹 Day 4 Milford Sound

2013.01.17 15:06뉴질랜드/남섬 여행기

 

뉴질랜드 남섬여행 - 밀포드사운드 Day4

 

 

밤새 비가 내린 것도 모자랐는지 아침까지 그칠 줄 모른다.

8시 넘어까지 기다리다가 3시 보트 시간에 맞춰 가야 하기에 어쩔 수 없이 가방을 메고 나갔다.

어제 젖은 신발이 하나도 마르지 않아서 어떡할까 하다가 그냥 조리를 신고 나섰다.

 

간밤에 비가 많이 와서인지 물살이 거세다.

지나가며 만나는 사람마다 내가 조리를 신고 지나가는 모습을 보고는 한마디씩 한다.

사실 비까지 와서 길이 많이 미끄러운데다가 산 길을 슬리퍼를 신고 가는 내가 정상으로 보이진 않을게다.

어제 폭우로 인해 세상에서 가장 걷기 좋은 길이 가장 걷기 찝찝한 길이 되었다.

한걸음 내디딜 때마다 푹푹 빠진다.

조리를 신고 저 길을 걸으니 천연 머드팩이 따로 없다.

 

보트 선착장에 거의 도착 했을 때쯤 드디어 해가 뜨기 시작했다.

 

마지막 날은 18km라서 거리로 봐서는 6시간 정도 걸릴 듯했지만

가방도 첫날에 비하면 가볍고 내리막 같은 평지로 되어 있어서 전혀 힘들지 않았고

그동안 체력도 길러졌는지 4시간 만에 목적지까지 올 수 있었다.

4일간의 여정의 종착지인 샌드플라이 포인트.

샌드플라이 포인트라는 이름에 걸맞게 샌드플라이들이 장난 아니다.

배를 기다리면서 우리의 마지막 비상식량을 먹었다.

간단히 물만 끓여 붓기만 하면 끝이다.

하지만 이런 아무것도 없는 산에나 들어와야 맛있게 먹지 굳이 평소에 먹을 맛은 아니다.

내가 떠나려고 하니 고개를 뜨는 해가 정말 얄밉다.

드디어 우리를 다시 문명의 세계로 데려다 줄 배가 들어왔다.

저 아저씨가 어제 추운날씨에 폭포에 올라간 그 열정 충만하신 분이다.

영국에서 혼자 왔다는데 인생을 제대로 즐길 줄 아는 사람인 듯하다.

 

 

보트에서 내리자마자 그곳에서 우리가 모아온 4일치 쓰레기도 버리고

화장실에서 진흙에 더러워진 옷도 갈아 입었다.

 

4일 만에 세상에 나오니 화장실에서 나오는 따뜻한 물에 나도 모르게 감동하고

차가운 냉장고에서 막 꺼낸 맥주 한 캔에 세상을 다 얻은 듯 기뻤다.

여행은 역시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매개체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