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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국토종주] 무심사~양산물문화관 아름다운 자전거길 본문

국내여행/자전거 국토종주

[자전거국토종주] 무심사~양산물문화관 아름다운 자전거길

자판쟁이 2015. 11. 22. 11:30

 

무심사 ~ 양산

4대강종주/4대강자전거도로/자전거여행/자전거여행코스/자전거라이딩

 

새벽을 여는 스님 목탁 소리에 자동 기상했다.

 

일찍 일어난 김에 미리 짐을 다 싸고

방도 한번 사~악 닦은 후에 

6시 즈음 아침 공양을 하러 갔다.

 

 

밥, 나물, 물김치 등이 나오는 소박한 식단이지만

자연 그대로의 건강함을 먹는 소중한 한 끼다.

 

맛있게 먹고 설거지는 우리가 하고 나왔다.

매일 수많은 나그네에게 음식 대접하느라 힘드실 테니 나라도 수고를 조금 덜어드려야겠다 생각했다.

 

무심사는 모든 이에게 무료로 숙박과 식사를 제공하는 절이다.

길가에 대놓고 무료 식사, 숙박 제공이라 써놓고 광고를 한다.

처음에는 보면서도 믿지 않았는데 직접 이곳에서 먹고 자고 해보니 쓰인 그대로였다.

 

물론 내 돈 주고 먹는 식당만큼 메뉴가 화려하지도 않고

내 돈 주고 자는 숙박시설만큼 편하지는 않아도

이 산자락에서 배고프고 지친 여행자에게 아무 조건 없이 베풀어주는 고마운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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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22 | 지도 크게 보기 ©  NAVER Corp.

<< 무심사 위치  >>

 

 

스님은 예불 중이라 뵙지 못하고

주방에 있던 보살님에게만 인사를 하고 서둘러 길을 나섰다.

 

 

무심사 뒤로 이어지는 길은 경사도가 심해 처음부터 끌고 갔다.

낑낑대며 오르다가 뒤를 보니 청량한 사이다 같은 풍경이다.

 

 

중간에 길이 조금 험해지기는 했지만

타고 올라갈 생각을 버리니 그게 그거였다.

 

 

1.2km를 걸어 올라오니 드디어 정상!

 

 

숨을 돌릴 겸 조금 쉬었다 가려고 했는데

의자에 온갖 페트병이 산처럼 쌓여있었다.

 

어딜 가든 다음 사람을 위해 내가 지나간 흔적은 남기지 말아야 하는데 이런 시민의식은 조금 아쉽다.

 

 

숨을 고르고 풍경을 내려다보니 이곳이 왜 아름다운 국토종주 자전거길 20곳 중 한 곳인지 알겠다.

이 풍경을 보니 다람재도 우회하지 말고 그냥 넘을걸 하는 후회도 살짝 들었다. 

올라갈 때는 심장이 벌렁거리고 팔다리가 후들거리지만

지나고 나면 힘들었던 건 다 잊고 아름다운 풍경과 즐거운 추억만 남는 게 참 신기하다.

 

 

무심사 임도를 내려오니 합천 창녕보까지는 탄탄대로~

 

 

 

 

합천 창녕보에 있는 편의점으로 가서 우회도로 지도를 받았다.

편의점 사장님이 지도를 꺼내서 정말 자세히 설명해주셨다.

 

 

합천 창녕보에서 창녕함안보까지는 박진고개, 영아지 고개를 넘어야 하는 구간이라

다람재와 마찬가지로 우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장님 설명에 따르면

1. 적포교에서 우회

2. 박진교에서 우회

3. 국토종주길

이렇게 3가지 방법으로 갈 수 있는데 우리는 박진고개는 넘고 영아지 고개는 우회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설명을 한참 듣고 인사를 꾸벅하고 나와 40분 가까이 달렸다.

40여 분을 달리고 달려 우리가 발견한 건 무심사(無心寺) 팻말.

 

 

무심사에서 합천창녕보로 가는 길을 두 가지이다.

무심사 임도로 가든가 우회도로로 가든가~

우리는 무심사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임도로 합천창녕보에 가서 무심사 우회도로로 무심사에 돌아간 거다.

 

무심사을 떠난 지 2시간이 됐는데 다시 무심사에서 출발하는 심정이란~ ㅠ

 

 

오늘 두 번째 오는 합천 창녕보~ ㅠ

이 다리를 건넜어야 했는데 무심사 우회도로로 갔다니...

지금 생각해도 참 바보 같았다.

 

 

2시간 넘게 뻘짓을 했으니 더 열심히 페달을 밟았다.

오늘 양산까지 가야 하는데 갈 길이 너무 멀게만 느껴졌다.

 

 

적포교까지 가는 길은 긴 언덕이 하나 나오긴 했지만, 풍경은 나쁘지 않았다.

 

 

 

 

자전거 국토종주 여행자에게 유명한 서울식당이 있는 적포교~

 

 

우회길인 적포교를 건너지 않고 직진했는데

적포교에서 박진 고개 가는 길은 참 예뻤다.

 

 

 

 

박진 고개 초입에서 공사가 한창이었다.

공사장에서부터 끌고 가다가 언덕이 시작되길래 계속 끌고 올라갔다.

 

이화령을 넘고 배운 교훈이 하나 있다면 멀리 가려면 무리하지 말자 였다.

타고 올라가면 올라갈 수는 있으나 근육통이 며칠을 따라다닌다.

계속 다리가 풀리는 건 덤이고~

 

 

끌고 올라가는 것도 타고 올라가는 것만큼 숨도 가빠오고 팔, 다리도 아프지만 지나고 나면 큰 데미지가 없다.

 

 

아침에 무심사에서 인사를 꾸벅하고 나오는데 보살님께서 떡을 싸주셨다.

두 끼나 얻어먹고 간식까지 싸가는 게 너무 염치없는 것 같아서 사양했는데도 손에 쥐여주신 떡이다. 

박진고개 넘어갈 때 허기가 몰려 왔는데 이 떡이 큰 힘이 되었다.

 

'감사합니다.'

'보살님!!'

 

 

 

 

떡을 맛있게 먹고 일어나려는데 벌이 장갑에 앉아 있었다.

저기에 뵈어 있는 건 짠내 나는 땀밖에 없을 건데 무얼 저리 킁킁대고 있는 걸까?

혹시 건드리면 쏠지도 모른다는 핑계로 벌이 떠날 때까지 조금 더 쉬었다 갔다.

 

 

 

 

낑낑대며 정상에 올라와 자전거를 버리듯 세워놓고 일단 앉았다.

호남 군은 이날 처음으로 한국말 '힘들다'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한 듯했다.

내가 종종 '아이고~힘들다.' 그러면 영어로 무슨 의미냐 물었는데 의외로 그 감정을 영어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았다.

수많은 단어가 머릿속에 스쳐 갔지만 '그냥 이럴 땐 너도 힘들다 해. 그럼 그 의미를 알게 될 거야.' 그러고 넘어갔었다.

근데 자전거 국토종주 시작한 지 7일 만에 호남군 입에서도 '아~힘들다'가 나왔다.

그것도 감정까지 아주 깊게 실은 힘들다가~

 

 

숨을 좀 고르고 고개를 들었는데 뻥 뚫린 풍경이 맞아주었다.

 

'그래도 올라온 보람은 있네.'

 

 

 

 

오늘의 극기훈련은 박진고개로 마감하고 조금 더 빨리 목적지까지 가기 위해 박진교에서 우회길을 선택했다.

 

▲ 직진은 우회길, 오른쪽은 영아지 고개로 가는 길

 

 

남지까지 가는 우회길은 생각보다 언덕이 많았다.

길 찾는 건 단순해서 찾기 쉬웠는데 언덕이 많아서 '이럴 거면 차라리 영아지 고개로 갈 걸'이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물론 영아지 고개를 안 넘어 봐서 할 수 있는 소리일지 모르겠지만~

 

 

남지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쉴 틈도 없이 다시 출발~

 

 

그래도 밥을 먹고 나면 확실히 충전이 되는 것 같다.

 

생각보다 빨리 창녕함안보에 도착하고 나서 속도계를 보니

오늘 무심사에서 창녕함안보까지 70km 가까이 달렸고

양산까지는 아직도 60km 넘게 남아 있었다.

 

아침에 뻘짓으로 날려버린 시간과 에너지가 아쉬울 뿐~

 

 

 

 

남지에서 점심을 먹고 나오는 길에 요즘 내가 가장 좋아하는 김밥집 체인이 보이길래 바로 김밥 두 줄을 포장했다.

남들은 자전거 국토종주 중에 초콜릿이나 양갱 같은 걸로 당분을 보충한다던데 난 항상 밥이었다.

 

 

힘이 조금 떨어 진 거 같으면 달리다 멈춰서 한 줄 먹고~

 

 

또 조금 달리다 힘들어지면 한 줄 또 먹고~

 

 

 

 

 

 

 

 

언덕에서 끌고 올라가다 속도계를 보니 100km를 돌파했다.

 

어쩐지 다리에 감각이 없더라~ ㅜ

 

 

 

 

계속 달리다 보니 어느새 그림자가 길어졌다.

복싱 선수가 지치면 저절로 가드가 내려가듯이

자전거도 오래 타니 자꾸 고개가 떨어지고 몸이 앞으로 기울었다.

 

 

 

 

해는 서서히 기우는데

나는 누구?

여기는 어디?

자전거 타다가 정신 몽롱해지고 눈 풀려 본 적은 이 날이 처음인 것 같다.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며 달리다 보니

그렇게 애타게 찾던 양산물문화관 인증센터를 알리는 표지판이 등장~

 

 

인증센터에 도착하고 나니 커플이 도장을 찍고 있었는데 인증수첩을 무려 열개나 가지고 있었다.

빨리 가서 쉬고 싶은 마음뿐인데 뒤에서 도장 찍는 걸 천천히 다 지켜봐야했다.

 

이거 찍어가면 누가 돈을 주는 것도 아니고

도대체 남이 찍어주는 도장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4대강 종주하며 인증수첩 3~4개씩 가지고 다니면서 찍는 사람 정말 많이 봤다.

 

 

양산 시내로 들어와 숙소를 잡고 속도계를 보니 약 125km를 넘게 달렸다.

 

이날은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달렸던 것 같다.

머릿속에는 양산이라는 목적지 하나만 생각하고

내 인생 최고로 단순하고 무식하게 달린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