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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영화 - 토끼 울타리(Rabbit Proof Fence) 본문

호주/호주 소식 & 여행정보

호주 영화 - 토끼 울타리(Rabbit Proof Fence)

자판쟁이 2013. 3. 12. 11:17

 

 

 

유럽인들이 인디언을 짓밟고 세운 나라가 미국이라면 호주에는 애보리지널이 있습니다.
인디언과는 달리 호주 애보리지널은 그들의 존재 자체가 생소할 정도로 

호주인들은 그들을 호주의 역사에서 지우려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원주민 문제를 인종의 문제로 바라보았고 그들이 백인이 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리라 믿었습니다.

그래서 원주민과 백인 사이의 혼혈아 생산에 심혈을 기울였고

원주민들의 결혼 및 성생활까지 정부에서 관리하곤 했습니다.

 

그리고 현재까지도 수많은 문제를 양산하고 있는 잃어버린 세대(Stolen Generations)를 탄생시켰습니다.

아동 보호라는 명목하에 행복하게 지내던 수많은 원주민 아이들을 부모에게서 강제 격리하고

그들을 수용소 혹은 백인 가정으로 입양시켜 버린 거죠.

 

토끼울타리(Rabbit Proof Fence)는 그 시절을 살았던 몰리라는 원주민 아이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엄마와 평화롭게 살던 13살 소녀 몰리는 원주민의 백인화 정책 때문에

어느 날 갑자기 강제 수용소로 끌려가게 됩니다.

 

하루아침에 아이를 잃은 엄마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수용소의 생활은 한국의 일제 강점기와 비슷한 면이 많습니다.

그들에게는 자유가 없습니다.

수용소 내에서는 영어만 사용해야 하고 이름도 백인처럼 변경하고 기독교의 윤리를 배웁니다.

 

또 원주민을 압박하기 위해 원주민을 고용하는 것 또한 일제 시대의 우리 모습과 닮았습니다.

 

 

수용소 생활에 환멸을 느낀 몰리는 함께 끌려갔던 동생과 사촌을 데리고 탈출을 감행합니다.

 

이 영화는 오직 가족에게 돌아가기 위해 토끼 울타리를 따라 물도 음식도 없이

1,900km를 걸어간 3명의 원주민 소녀 이야기입니다.

 

사실 저는 몇 년 전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진 호주 원주민에 대해 굉장히 무지했습니다.

호주 백인 친구들은 그들이 세금 잡아먹는 귀신 혹은 마약중독자(Junkie) 정도로 여기는 게 보통이거든요.

저 또한 길거리에 있는 부랑자가 대부분 원주민이란 사실에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실패자(Loser) 정도로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부모로부터 배워야 할 삶의 가치와 본인의 뿌리를 잃어버린 채 성인이 되었다면

그들이 사회에서 나와서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실제로 수용소 생활을 마치고 나면 길거리로 나 앉거나 백인의 식모로 들어가는 일에 대부분이었다고 합니다.

그들은 평생 부모도 모른 체 백인화 교육은 받았으나 백인 사회에 들어갈 수 없고

원주민이나 원주민처럼 살아갈 수도 없는 심한 정체성의 혼란을 겪게 됩니다.

 

호주 정부가 이 정책에 대해 원주민에게 사과한 것이 불과 10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올해 호주의 날(Australia Day)에 호주 국기와 애보리지널 국기가 처음으로 하버 브릿지에 함께 게양되었습니다.

이제서야 호주 정부가 그들을 조금씩 인정하기 시작한 거죠.

 

하지만 호주 정부의 원주민 말살 정책이 벌써 100년이 넘었고

이미 그들의 고유한 언어와 문화는 거의 사라지고

백인의 뜻대로 피부색 또한 하얗게 변한 원주민이 많습니다.

 

호주 정부의 오만함이 불러온 원주민들의 지금의 모습이 전부 그들의 잘못만은 아니니

여행하며 마주치는 원주민들을 조금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았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