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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안나푸르나 트레킹 촘롱(Chomrong) - 도반(Dovan) 본문

아시아/네팔 안나푸르나 트레킹

네팔 안나푸르나 트레킹 촘롱(Chomrong) - 도반(Dovan)

자판쟁이 2013. 2. 13. 20:00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트레킹 촘롱(Chomrong) - 도반(Dovan)

 

 

해발 2000미터를 넘어서부터는 상당히 추워졌다.

 

다섯 시가 되기도 전에 일어나

차 한 잔 마시며 해 뜨는 광경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아침에 보는 설산은 언제나 신비롭다.

특히나 햇빛이 비쳐 금색으로 변하는 설산은 더더욱 그러하다. 

 오늘은 다행히 내리막으로 시작했다.

높이 올라오긴 했나 보다.

집들이 저렇게나 밑에 있고 반대편 산의 정상도 눈높이로 보이는 걸 보면..

내리막 이후 또 급격한 오르막이 시작되었다.

촘롱에서 두 시간쯤 걸으니 시누와(Sinuwa)에 도착했다.

아침을 먹으러 식당에 들어가려는데 김치통들이 보였다.

 

한국 사람들은 산을 참 좋아하고

산을 좋아하는 모든 이들은 하나같이 안나푸르나를 일생 꼭 한 번은 오고 싶어한다.

 

그래서 안나푸르나는 항상 한국산악회에서 단체로 온 중년의 아저씨, 아줌마들로 넘쳐난다.

하지만 비록 그들의 몸은 히말라야에 있을지언정 입맛은 아직도 한국을 떠나지 못하고

이 산속에서도 김치찌개를 찾는 통에 히말라야의 거의 모든 식당에서는 한국 음식을 팔고 있다.

한국 음식을 잘 모르는 외국인들은 김치찌개가 아마 네팔 음식이라고 믿을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머 한국 음식을 무한 사랑하는 나는 이런 상황이 싫지는 않다.

 

하지만 저 통을 본 후에는 절대 김치찌개를 시키지 않았다.

누군가 김치의 조리법은 가르쳐줬는지 몰라도 보관법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나 보다.

서늘하게 보관해야 할 김치를 햇볕이 쨍쨍 들어오는 밖에 저렇게 내놓은것을 보니..

분명 발효와 부패는 다른 화학 작용인데 말이다.

포터 아저씨는 오늘 지치다 못해 많이 우울해 보이신다.

포터라는 직업이 하루도 쉬지 않고 산을 올라야 하는 직업이기도 하지만

한 달에 가족들 얼굴을 보는 날이 며칠 안 되는 일이기도 하다.

딸이 세 명이 있다던 아저씨는 세 명 모두 학교에 보내기가 무척 힘들다고 하신다.

한 달에 3-4일 정도밖에 집에 가지 못하면서 계속 돈을 벌어도 생활하기가 녹록지 않다고 하시는 말을 들으니

한국에 계신 부모님 생각도 나고 마음이 편치 않았다.

처음의 파이팅은 다 어디 가고 오늘은 길도 그렇게 험하지 않은데도 많이 지친다.

그래도 반대편에서 내려오는 사람을 보면 으레 "나마스떼" 하고 인사를 하곤 했는데

이 아이들은 나의 인사에 "언니 안녕" 이라며 한국말로 대답해서 나를 놀라게 했다.

해발 2900미터 히말라야에 사는 아이들인데 포카라에 일이 있어 가는 길이라고 한다.

네팔에까지 한국 드라마나 음악이 들어왔나 보다.

나도 알지 못하는 한국 드라마를 줄줄이 읊어 된다.

이 산 속에서도 한류의 기가 흐르고 있다니 문화라는 것은 끝을 모르고 달려가는 거 같다. 

 히말라야에는 숙소가 두 곳밖에 없어서 쉽게 만실이 되니

오늘은 도반(Dovan)까지만 올라가기로 했다.

하지만 그나마도 포터 아저씨가 밤부(Bamboo)에서 들은 소식으로는

도반 역시 곧 만실이 될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래서 나만 먼저 달려가서 방을 잡아 놓고 기다리기로 했다.

 

정말 뒤도 한번 안 돌아보고 달려 몇 개 남아있지 않은 방을 겨우 잡았다.

땀을 많이 흘리고 달려와서인지 조금 앉아있다 보니 오한이 몰려왔다.

몸이 추워지면 고산병의 위험이 커진다니 급하게 따뜻한 차 한잔을 마시며 몸을 녹였다.

오늘부터는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려면 따로 돈을 내야 한다.

하루 방값이 200루피 정도인데 샤워 한번 하는데 150루피면 굉장히 비싼 거다.

그래도 온종일 땀을 흘렸으니 안 할 수도 없고

해발 2600미터인 도반에서 찬물로 샤워 하는 것도 무리이니 얼마가 됐건 줘야 한다.

 

오늘 유난히 힘들어하신 포터 아저씨께 큰 맘 먹고 250루피짜리 맥주 한 캔을 사서 드렸다.

다른 포터들이 눈이 휘둥그레져서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니

우리 포터 아저씨 어깨가 으슥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