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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호주 일주

호주 여행 - 황량한 남호주

자판쟁이 2013. 11. 13. 09:30

 

 호주 여행 - 황량한 남호주

 

 

세두나를 지나기 전까진 호주 여행은 광활한 대지를 달리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곳에 차를 세우고

한가로이 수영을 즐기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세두나를 이후에 펼쳐진 호주는 이런 나의 생각을 완전히 깨주었다.

 

 

분명 몇 시간 전까지는 에메랄드 빛 바다에서 수영을 즐겼는데

어느순간 모든 게 꿈이었다는 듯 황량한 황무지만 도로 양옆을 메우고 있었다.

 

 

사람은 커녕 생명체 자체가 모두 사라진 듯한 길이 계속 이어졌다.

 

 

그런 곳을 한참 달려 나온 곳이 Head of Bright 이다.

Head of Bright는 고래 서식지로 유명한 곳인데 이런 사막에 고래가 산다니 이상하게 생각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사막은 바다와 맞닿아있다.

 

오랜만에 나온 관광지라 들어가려 하는데 마침 안쪽에서 차 한대가 나오더니 고래 시즌이 아니라 볼거리가 전혀 없단다.

이런 곳에선 다른 여행자 입에서 나온 정보만큼 믿을 만한 게 없다.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 미련없이 차를 돌려 계속 달렸다.

 

 

이 여정에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곳이 바로 주유소이다.

 

 

유일한 시설이다보니 주유소는 숙박시설과 식당, 편의점까지 운영한다.

이런 곳에 이런 편의 시설을 운영하는 걸 감사하게 여겨야하나 할 정도로 서비스는 엉망이었다.

주유소가 몇 백키로를 달려야 하나씩 나오기 때문에

이곳에서 기름을 넣지 않으면 대부분의 차들은 다음 주유소가 나올 때까지 버티질 못한다.

주유소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이런걸 모를리 없으니 배짱식 운영을 하는 듯했다.

 

 

도망가는 사람들이 많아서라며 주유를 하려면 일단 면허증을 카운터에 맡겨야 한단다.

귀찮게 들어가서 면허증을 주고 나와서 기름을 채우고 다시 들어가 계산하려는데 주인이 앞의 사람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주유소 주인 : 나는 니가 상의를 입고 와야 계산해 줄거야.

손님 : 이런 XX. 주유비 내는데 내가 왜 옷까지 입고 와야대?

주유소 주인 : 면허증 받아가고 싶으면 옷입고 다시와. 다음 손님?

 

호주에서 몇 년을 지내왔지만 상의를 입지 않았다고 계산을 해주지 않는 주유소는 처음이었다.

더운 날씨에 바다를 끼고 있는 호주이기에 상의를 탈의한 남자가 물건을 사고 계산하는 일은 비일비재한데 이 주유소 주인은 본인에게 물건을 사려면 예의를 갖추라는 말을 하는 듯했다.

 

저 말을 듣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내 옷차림을 보게 된다.

나도 민소매인데 다시 입고 오라는 건 아니겠지?;;;;;

 

선생님에게 숙제 검사를 받듯 계산을 하고 면허증을 돌려 받았다.

 

 

 

 

 

 

 

 

 

 

 

신기하게도 황량한 이곳이 달리면 달릴수록 점점 좋아진다.

고립감이 무겁게 짓누르지만 질주하다보면 해방감 또한 밀려오는 것이 충분히 매력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