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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여행/2012년 유럽 자동차 여행

유럽 여행 - 파리공항 리스카 픽업

자판쟁이 2013. 1. 22. 21:07

유럽 자동차 여행 1일차 - 샤를 드골 공항 리스카 픽업

 

 

나는 여행은 좋아하지만 비행은 끔찍하게 싫어한다.

좌석은 좁아서 다리는 붓고 기내는 건조해서 얼굴은 다 일어나고

남들은 다 잘자는데 절대 잠은 안오고 멀미까지 해서 기내식은 아예 먹질 못한다.

 

그래서 언제나 여행의 첫날은 제 정신이 아닌 채로 시작하곤 한다.

특히 이날처럼 직항이 아니라 경유까지 한날은 더더욱 그러하다.

 

파리에 도착해 도장 하나 받고 가방 검사도 없이 너무 쉽게 입국장을 나왔다.

이제 리스카만 찾으러 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렌트카 사무실은 여기저기 보이는데 리스카 사무실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아

렌트카 카운터 직원에게 물으니 터미널 2로 가란다.

 

거의 80Kg 가까이 되는 짐을 가지고 터미널2로 갔다.

하지만 그곳에 도착하니 TT Car Transit 도 리스카 픽업하는 곳도 모두들 모른다고만 한다.

그러고 어느 사람이 이번에는 터미널1로 가란다.

 

에긍.. 그래서 또 짐을 실고 터미널1로 갔다.

하지만 역시 그곳에도  TT Car Transit은  없었다

리스카업체에서 받은 연락처로 아무리 전화를 해도 연결도 되지 않고..

 

제대로 수령장소도 알아보지 않고

아무한테나 물어보면 적당히 찾아 가겠지라고

쉽게 생각한 내 잘못일테지만

이쯤 되면 이유없이 옆에 있는 사람에게 짜증이 나기 마련이다. (너는 도대체 멀한거야!!! -.ㅡ)

 

그 누구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상태에서 계속 이렇게 저 무거운 짐을 들고 왔다갔다 할수만은 없기에

일단 짐을 지키라하고 나는 터미널3으로 갔다.

터미널3으로 와서 이번에는 인포메이션에 물었는데 또 터미널2로 가라고만 한다.

도대체 누구 하나 제대로 알려주는 사람이 없다.

 

혹시 인터넷을 쓸수 있는지 핸드폰을 보니 다행히 인터넷이 잡힌다.

나의 사랑 네이놈에 드러가 파리 공항의 리스카 수령하는 곳을 찾아보니

어느 블로거님께서 너무나 자세하게 찾는 방법을 써놓았다.

쓰여진 대로 넓은 공항을 20분 가까이 걸어 찾아가니 아까 우리가 수속을 마치고 나온 바로 그곳이었다;;;;

바로 거기서 돌아보면 에스칼레이터가 보이고 한층만 내려가면 렌트카 부스가 나오는데

그중에 가장 안쪽에 숨어 있었다.

 

바로 옆에 있었는데

우리는 도대체 지금까지 왜 이 공항의 터미널이란 터미널은 다 돌아다니면서 그 고생을 한거야 !!!

 

내가 길을 못찾는건지 몰라도 파리 공항은 커도 너무 크다.

이제 어디인지도 알았으니 일행을 데리러 가야 한다.

다시 20분을 걸어 셔틀 트레인이 다니는 역으로 갔다.

터미널1로 향하는 기차를 타고 일행과 짐을 가지고 또 TT Car 사무실까지 걸어왔다.

 

이쯤 걸으니 여행은 시작도 안했는데 벌써 다리가 후들거린다.

짐을 가지고 TT Car Transit으로 가서 수화기를 들고 예약 사항을 말해주니 10분만 기다리고 한다.

혹시나 우리가 예약시간에 늦어 차가 취소될까바 내내 마음을 졸였는데 다행이다.

기다리는 동안 마침 맞은편에 편의점이 있길래 이곳에서 샌드위치와 음료를 사서 우리 여행의 첫 식사를 했다.

드디어 수속을 마치고 차를 받으니 벌써 9시 반이 되었다.

우리가 6시에 도착했으니 무려 3시간반을 공항에서 헤맨거다ㅜㅜ

 

리스차는 렌트카와 다르게 보통 새차로 지급된다.

7km밖에 안달린 진정한 새차이다.

 

우리 짐이 너무 많다 보니 드렁크하고 뒷자석까지 가득찼다. 아직 못산것도 많은데...

 

가지고 왔던 핸드폰 거치대를 차에 붙이고 GPS를 활성화 시킨 후에 다운받았던 네비게이션을 켰다.

Determining Current Position이란 메시지만 10분째......

옆에서는 되는게 맞는거냐는듯 의심스러운 눈으로 쳐다본다.

네비게이션을 구매하자는걸 내가 다운 받은 앱으로 충분하다며 큰소리 뻥뻥 쳐놓은 상태라 안되면 조큼 많이 민망할텐데...

성질 급한 우리 운전사님께서 그냥 일단 달려보자 한다.

 

그것까진 좋았는데 우리 운전사님 순수 호주산으로 왼쪽 좌석에서의 운전이 평생 처음이시라

오른쪽으로 계속 부딪치고 

중앙선의 경계가 흐릿해지면 자꾸 역주행을 하신다.

 

이거 진짜 계속 가도 되는거냐????

 

한 30분 가량을 내 인생 최고의 스릴을 맛보며 공항 도로를 달렸다.

차를 수령한지 30분도 안되서 오른쪽 차문이 긁혔다.

그래도 그 와중에 다행히 네비게이션이 현재 위치를 파악했다.

 

일단 근처 까르프와 데카트론 Decathlon로 가서 먹을거리와 아직 구매하지못한 텐트등을 사고

그다음에 어디로 갈지 결정하기로 했다.

 

까르프에 도착하고 나니

어라~

문이 닫혔다........

 

이건 또 모란 말인가....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오늘이 프랑스 국경일이라 대형마트들은 모두 문을 닫는다고 한다...

뒷골이 땡겨 왔다.

 

텐트가 없으니 캠핑은 물건너 갔고 수퍼도 문을 닫았으니 다 사먹어야 한다 말인데.....

 

너무 힘든 아침이 계속 되다보니 머리가 멍해지고 내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조차 판단이 서지 않았다.

 

일단 우리 호주산 기사님이 시내 운전은 자신이 없으니 무조건 지방으로 가자한다.

 

그래서 ACSI 캠핑장 목록이 나와있는 책을 뒤져 파리 외곽의 캠핑장을 찾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파리에 머물면서 내일 쇼핑센터가 문을 열면 쇼핑하고 떠나면 되는데

왜 굳이 그렇게 아무 준비도 없이 무조건 어디를 가야만 한다고 생각했는지 도저히 모르겠다.

 

아무튼 우리는 파리에서 약 60km 떨어진 Campsite Les Petits Prés 캠핑장으로 향했다.

시내를 조금 벗어나자 고속도로가 나왔는데

우리기사님 겁을 먹어서 80km이상을 못내시고

뒤에 차들은 빵빵거리고 알지도 못하는 프랑스욕이 사방팔방에서 들려 오는듯 했다.

 

유럽이 한국보다 운전하기가 편하다더니 호주에서 온 우리한테는 이보다 더한 지옥이 없다.

 

많은 차들이 우리를 쳐다보면서 지나갔고 어떤사람은 가운데 손가락도 번쩍 들어 보여주었다.

 

그때 문뜩 캠핑북에서 읽었던 내용이 떠올랐다.

지금까지 우리가 제일 왼쪽차선에서 달리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그쪽 차선은 추월할 때 쓰는 차선이라 남들보다 빨리 달리고 싶은 차량들은 위한 거였다.

그것도 모르고 시속 80km로 달리면서 그 도로를 딱 막고 있었으니...

 우리의 무식함에 갑자기 얼굴이 빨개졌다.

바로 차선을 바꿔 달리니 느리게 달려도 많은 차들이 왼쪽차선을 이용해 추월해 갈뿐

그전처럼 빵빵거리거나 욕을 하진 않았다.

이럴땐 무지도 죄이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니..

 

그래서 겨우 겨우 캠핑장에 도착하니 막 12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지친 몸으로 캠핑장 사무실로 갔는데 12~3시까지 점심시간이라는 말만 적혀 있고 사무실은 잠겨있었다.

 

오늘 정말 끝내준다~

 

먼 점심을 3시간이나 먹는단 말인가 ㅜㅜ

 

어쩔수 없이 원래 예정이었던 옹플레르 Honfleur로 그냥 가기로 했다.

네비게이션에 옹플레르를 입력하니 우리가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는 코스로 알려준다.

그냥 위치상 이리로 오면 옹플레르와 더 가까워 질줄 알았는데 아니었나보다.

오늘은 정말 바보짓 투성이다.

 

머하나 제대로 본것도 없이 기름값에 톨비까지 이유없이 낭비한 것 같아 속이 쓰리다.

아무리 머리가 멍하고 판단력이 흐릿해도 신기하게 배는 고프다 ;;

그래서 가는 길에 고속도로의 주유소란 주유소를 다 들러 결국 부탄가스 캔을 구했다.

근처 식탁에 자리를 잡고 라면에 김치, 햄까지 듬뿍 넣어 즉석밥과 함께 먹었다.

밥을 먹으니 내 초라한 행색이 눈에 들어오는게 왠지 잃었던 판단력이 조금은 돌아오는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