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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여행 - 자전거로 가본 화개장터 섬진강 자전거길 본문

국내여행/자전거 국토종주

자전거 여행 - 자전거로 가본 화개장터 섬진강 자전거길

자판쟁이 2016. 3. 14. 12:30

 

자전거로 가 본 화개장터

섬진강 자전거길/하동/자전거여행

 

 

 

 

잠깐 눈 감았다 뜬 것 같은데 아침이 밝았다.

자전거여행은 활동량이 엄청나서 잠이 그리 달콤할 수가 없다.

말 그대로 꿀잠~

 

 

가야 할 길이 멀어 후다닥 짐을 싸고 길을 나섰다.

 

 

얼굴을 때리는 잔잔한 강바람이 상쾌하다.

가는 길 편안하게 등 뒤에서 불어주면 더 좋으련만

섬진강 자전거길을 달리는 내내 바람은 고집스럽게 반대로 불었다.

 

 

출발한 지 얼마 안 지나 오늘 첫 인증센터인 매화마을 인증센터에 도착~

 

 

첫 번째 도장 쾅~

 

 

매화마을 인증센터에서 도장을 찍고 돌아보니 독특한 벤치가 보였다.

가까이 가서 읽어보니 이 작품의 이름은 새집다오란다.

두껍아 두껍아 헌집줄께 새집다오의 새집다오~

 

섬진강과 두꺼비가 무슨 연관이 있나 했더니

섬진이 두꺼비 섬(蟾)에 나루 진(津)이란다.

왜구가 섬진강에 침입했을 때 수십만 마리의 두꺼비가 울부짖어 왜구가 물러간 이후에 두꺼비 나루~ 섬진강이 되었단다.

두꺼비 소리가 얼마나 크면 전쟁하러 왔다가 도망가나 싶어 섬진강 자전거길을 달리는 내내 두꺼비 소리를 찾았는데 전혀 듣지 못했다.

나중에 찾아보니 봄이 되면 로드킬로 떼죽음을 당해 두꺼비 개체수가 점점 줄고 있다니 내가 두꺼비 소릴 못 들은 게 우연은 아닌듯싶다.

 

 

 

 

섬진강 자전거길은 4대강 자전거길 중에서도 으뜸인 것 같다.

 

언덕 거의 없고

자전거 도로 널찍하고

풍경도 좋고~

 

 

 

 

한 가지 아쉬운 건 숙박할 만한 곳이 많지 않다는 점 정도~

보통 아침에 일어나 컨디션 보고 그날 어디까지 달릴지 결정하는데

섬진강 자전거길은 자전거 도로 주변에 숙박이 많지 않아 어디까지 갈지 참 애매했다.

숙박이 있는 지역은 거리상 너무 가깝고 

우리가 보통 달리는 100km 정도를 가자니 주변에 숙소가 하나도 없을듯하고~ 

 

지도 크게 보기
2016.3.14 | 지도 크게 보기 ©  NAVER Corp.

섬진강 자전거길 : 배알도 수변공원 ~ 섬진강댐 154km

 

 

생각해도 답이 안 나오니 일단 달리기로 했다.

달리다 보면 답이 나오겠지~

 

 

서울에서 출발하기 전에 자전거에 액션카메라를 달고 출발했는데 호남군이 여행 시작한지 2시간 만에 내 자전거를 끌다 마운트를 부숴버렸다. ㅠ

그 이후에 계속 못 쓰고 있다가 지난밤 숙소에서 케이블 타이로 헬멧에 묶어봤는데 나름 튼튼하게 고정이 돼서 처음으로 액션 카메라를 머리에 달고 달렸다.

 

 

자전거 타는 사람들은 이게 액션카메라인지 다 아는데

지역 주민들(특히 어르신들)은 액션 카메라가 마냥 신기했나 보다.

볼 때마다 이게 뭐냐 물어보고 카메라다 하면 누구는 놀라고 누구는 헛웃음을 짓고 어떤 이는 왜?? 냐고까지 물었다.

 

   

액션카메라를 쓰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혹시 사고가 났을 때 자동차의 블랙박스와 같은 역할을 할 수도 있고

나중에 우리만의 추억이 될 수도 있어 자전거 여행할 때는 액션카메라를 꼭 챙겨간다.

 

이날 호남군이 두 번의 낙차를 했는데 두 번 다 우연찮게 모두 액션 카메라에 담겼다.

당시에는 너무 놀랐는데 나중에 영상으로 보고는 둘 다 자지러지게 웃었다.

요즘도 기분 안 좋을 때 가끔 이날 영상을 찾아 틀어 보곤 하는데 여전히 웃기다.

 

 

지금은 웃으며 이야기하지만 이날 두 번째 낙차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코너에서 바로 나오는 내리막에서 브레이크를 못 잡고 벽과 정면으로 충돌한거라 처음에는 119를 불러야 하는 게 아닌가 했다.

옷은 찢어지고 피는 흐르고~

 

119 부를까 물어봐도 기다리라며 바닥에 누워 끙끙대더니 한 10분 있다가 벌떡 일어나 다시 가잖다.

국토종주 내내 한 번도 낙차를 안 하다가 달리기 좋기도 소문난 섬진강 자전거길에 와서 하루에 두 번이나 낙차를 하다니~

 

체력이 떨어진 건가~

풍경에 홀린 건가~

 

 

주변을 돌아봐도 딱히 도움을 받을만한 곳이 없어 보이고 호남군도 괜찮다고 하니 일단 달렸다.

 

 

 

 

남도대교 인증센터에 와서 도장을 찍고

근처에서 일하고 계신 어르신이 보이길래 혹시 근처에 119나 보건소가 있냐 물으니 남도대교 인증센터 바로 뒤에 있는 보건소를 알려주셨다.

 

 

 

 ▲ 우는 건 아니지?

 

선생님이 여기저기 만져보고는 뼈에는 이상이 없는거 같지만 상처는 깊어 보인다며 소독하고 이것저것 발라주셨다.

소독약이 무지하게 아픈지 비명을 지르고는 민망한지 웃는다.

 

티셔츠 두 개 가져왔는데 오는 길에 하나를 잃어버려 부산에서 큰맘 먹고 사줬건만 오늘 처음으로 입고 찢어먹었다.

암튼 사고뭉치~

 

 

보건소에서 치료를 받고 나니 놀란 마음이 조금 진정이 되고 아픈 것도 나아진 것 같다길래 다리 건너 화개 장터로 갔다.

단순해서 맛있는 밥 한 그릇 먹으면 힘든 거 다 잊고 그런다.

 

 놀란 마음, 아픈 상처를 달래줄 맛있는 밥 먹으러 화개 장터로 고고~

 

 

 

 

 

 

조영남 45년 가수 경력의 유일한 히트곡인 화개장터~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으로 시작되는 화개장터를 듣고 있으면 저절로 화개장터가 머릿속에 그려지곤 했다.

왠지 특별할 것만 같은 그곳에 자전거를 타고 오다니~ㅋㅋ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일단 식당으로 가서 밥을 먹었다.

호남군이나 나나 생선을 별로 안 좋아해서 사실 먹을 게 많지는 않았다.

그래도 재첩국 정도는 먹어 봐야 하지 않겠냐해서 하나 시키고

호주 떠나온 지 열흘 남짓하지만 고향의 향수를 느끼라며 호남군을 위해 호주산 뚝배기불고기를 시켜줬다.

 

 

처음 먹어본 재첩국의 맛은 사실 그냥 그랬다.

스위스에서 퐁듀를 먹었을 때처럼 일생에 한 번 먹어봤으니 다시는 안 먹어도 되겠다 했다.

둘 다 불고기를 반찬 삼아 밥 한 그릇씩 비우고 바로 화개장터 구경에 나섰다.

 

 

아직도 몇몇 점포는 공사 중이라 망치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평일날 찾은 화개장터는 비교적 조용하고 한산했다.

 

 

어찌나 조용한지 구경하는 우리가 오히려 구경당하는 기분이었다.

시골장터 하면 항상 시끌벅적할 줄 알았는데 이것 또한 서울 사는 사람의 편견이었나 보다.

 

 

약초 같은 걸 파는 가게가 제일 많았던 것 같다.

예전에 삼시세끼에서 야관문을 처음 보고 저런게 있구나 했는데 화개장터 오니 집집마다 팔고 있었다.

이 근처에서는 이집 저집 누구나 먹는 그런건가보다. ㅎㅎ

 

화개장터 하면 노래도 떠오르고 영호남의 화합 같은 거창한 말도 떠올라 굉장히 큰 장터일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규모가 크지는 않았다.

가게마다 파는 물건도 비슷비슷해서 휙~ 지나오니 생각보다 빨리 한 바퀴 돌았던 것 같다.

 

그래도 따뜻한 밥한그릇을 먹고 나니 속은 든든해졌고 시장 구경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나누다 보니 마음이 편해졌다.

 

기운내서 다시 달려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