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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네팔+인도

바라나시 인도 여행, 삶의 치열함에 대하여

자판쟁이 2013. 7. 28. 00:20

인도 여행 - 바라나시

삶의 치열함에 대하여

 

 

내가 생각하는 인도 여행의 백미는 사원도 궁전도 아니고

바로 너무 어이가 없어서 풉! 하고 터져 나오게 하는 광경들이다.

 

 

 

 

 바라나시 떠나기 마지막 날.

가트에 앉아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원숭이 하나가 수줍게 다가왔다.

 

 

먹을 것을 달라는 것 같길래 수줍어하는 그의 손에 사과 반쪽을 쥐여주니

 

 

 허겁지겁 자전거 핸들 위에 올라가서 자근자근 먹기 시작했다.

 

근데 그 장면을 피카츄 백만볼트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던 다른 원숭이가 있었으니..

그 원숭이는 남아있는 부스러기라도 먹기 위해

사과를 먹고 있던 원숭이를 빛의 속도로 쫓기 시작했다.

 

 

그러자 쫓기던 원숭이가 남은 사과를 입에 물고 후두둑 벽을 타더니 

참새만 가능하다던 전선줄 크로싱을 한다.

 

 

하지만 막판에는 그도 힘이 달리는지 못 내려오고 다리를 사시나무 떨 듯 떨었다.

 

 

이 모든 게 사과 반쪽에서부터 시작했다니 웃펐다.

 

처음에 전선줄에 올라갔을 때는 원숭이의 무리수에 웃음이 났고

나중에 이 모든 것이 생존을 위한 거라 생각하니 슬펐다.

 

 

사실 그 전날에도 나를 웃프게 하는 사건이 있었다.

 

 

바라나시 3대 길거리 동물이 있다면

바로 소, 원숭이 그리고 개인데

소들은 알다시피 힌두 교인들에게 융숭한 대접을 받는 반면

개, 원숭이는 적당히 훔쳐 먹고, 얻어 먹고, 주워 먹고 살아야 한다.

 

어제도 가트에 앉아 그날 만난 여행자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굶주린 개 한 마리가 가트에 있던 모든 사람의 시선을 빼앗아버렸다.

 

 

쓰레기통을 뒤지는 거까지는 좋았는데 개가 못 먹어서 똑똑하지 못한지

바보같이 계속 뚜껑에 머리를 박고는 나오지 못해서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고를 반복했다.

 

사실 처음에는 가트에 있던 모든 사람이 웃을 정도로 재미있었는데

저렇게 머리를 넣었다, 걸렸다, 뺐다를 30분을 넘게 하는걸 보니 서서히 짠해졌다.

 

 

그래도 그의 무식함이 먹겠다는 투지를 꺾지는 못했는지

거의 1시간의 사투 끝에 저렇게 쓰레기통 안으로 들어갔으니 해피엔딩이라 해야하나.

 

 

바라나시가 삶과 죽음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이라고 하는데

이 곳에서의 삶의 치열함이란 아마존 정글 못지 않다.

 

다른 예로 낮에 화장터에 가서 한 사람의 몸이 재가 되어

바람이 되고, 물이 되는 광경을 보고

 무언가 알수 없는 깊은 감정이 울컥 올라오고 있었는데

 

그 바로 옆에서 염소가 물에 떨어진 잔해 속에서 먹을 걸 발견하고는

그대로 뛰어들어서 허우적거리면서도 악착같이 먹는 모습을 보니

정말 실소가 머금어졌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나에게 묻게 되었다.

내 삶도 저들처럼 치열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