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남섬여행 마지막 - 퀸스타운

 

 

4일간의 밀포드사운드 트레킹을 마치고 퀸스타운에 돌아왔다.

 

4일간 하루 6시간 이상을 산속에서 헤매고 돌아다녔으니

퀸스타운에 오면 별거 없이 쇼핑이나 하며 쉬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을 먹자마자 나는 자연스레 산책을 나간다며 Frankton Walkway로 향했다.

 

Frankton Walkway는 호수를 따라 걷는 편도 약 5km 거리의 산책로이다.

아침에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산책하기에 좋은 곳이었다.

사람들은 또 어찌나 친절한지 눈이 마주 칠 때마다 방긋방긋 웃어며 Hi를 외쳐준다.

 

산책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 짐싸기를 마무리 한 후

트립어드바이저에서 많은 사람들이 추천했던 Queenstown Hill Walkway로 향했다.

총 4km 코스로 Frankton Walkway 처럼 평지를 걷는 것이 아니라

산의 정상까지 올라가는 가는 등산로다.

분명 맑은 날인데 나무가 빼곡히 있어서 밤처럼 어두웠다.

혼자 인적이 전혀 없는 어두운 산길을 오르려니 서서히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때 허름한 차림의 한 남자가 내 뒤에서 나를 따라오는게 보였다.

 

이렇게 아무도 없는 어두운 곳에서 낯선 남자와 마주치는건

여자로써 수많은 상상을 하게 만든다.

간격이 줄어들수록 심장은 벌렁거리고 머릿속은 복잡해지는데

어디 돌맹이라도 집어들어야 하나라는 생각을 할때쯤

그는 미꾸라지처럼 이미 내 옆을 지나가고 있었고 우리는 눈이 마주쳤다.

나는 놀란 나머지 그에게 외마디 비명을 남겼고

동시에 그는 나에게 "Hi" 라고 했다.

그러곤 한 1초간 세상이 멈춘 듯한 어색한 정적이 흘렀고 그는 빛의 속도로 사라졌다.

그가 사라진 후에도 한동안 내 온몸의 맥박이 피부를 뚫고 나올듯 쿵쾅쿵쾅 뛰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놀람은 부끄러움으로 변해갔고 혹시 그를 다시 마주치지나 않을까 한참을 서성이며 걸었다.

어두운 숲을 지나니 서서히 퀸스타운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15분만 더 가면 정상이다.

그리고 드디어 정상!!!

아까는 사람이 없는것이 그렇게 무섭더니

이제는 혼자서 조용히 이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는게 정말 행복하다.

여행을 하는 순간순간 내가 참 행복하고 축복받은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2시간 가까이 정상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앉아 있다가

저물고 있는 해를 보고는 마지못해 내려왔다.

한 달을 넘게 뉴질랜드를 헤매고 다녔는데도 막상 떠나려니 아쉬움이 남는다.

 

뉴질랜드에서 가장 많이 쓰는 말은 awesome이고 그 다음이 Sweet as 라고 한다.

무뚝뚝하게 Ok라고 하기 보다는 항상 웃으며 긍정적으로 받아주는 뉴질랜드인들의 습관이 언어로 표현되는 것 같다.

 

바닥끝까지 투명하게 보이던 호수와 바다,

길거리 사방팔방에서 Bro, Bro를 외치던 뉴질랜드 남자들,

그리고 바쁜 우리길을 수 없이 막아대던 양떼들까지

시간이 흐르고 나니 사소한 하나하나가 많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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