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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호치민 여행 - 호치민 전쟁 박물관 적나란 베트남 전쟁의 상처 본문
베트남 전쟁 박물관
베트남여행/호치민여행
푹 자고 일어나니 새벽 5시~
한국에서 매일 일어나는 시간에 정확하게 눈이 떠졌다.
베트남과 한국의 시차가 2시간밖에 안 되니 바로 적응하겠구나 했는데
베트남에 오니 저녁 9시에 자서 아침 5시에 일어나는 새 나라의 어린이가 되었다.
숙소에서 가장 먼저 조식을 먹고 길을 나서니 7시가 조금 넘은 시간~
아직은 조금 이른 시간인지 낮에는 그렇게 정신없던 거리가 아주 한산했다.
호치민에서 아침 일찍 갈 만한 곳을 찾다가 발견한 곳이 베트남 전쟁 박물관이었다.
숙소에서 전쟁박물관까지는 2km가 조금 넘는 거리라 버스를 타고 가려고 잠깐 앉아 기다리는데
얼마 안지나 바로 목이 아파왔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마스크하고 다니는 걸 보고 더운 나라에서 땀띠 나게 왜 저럴까 했는데
하루 다녀보니 나도 자연스럽게 마스크를 쓰게 됐다.
우리나라도 미세먼지다 황사다 말이 많지만 호치민도 공기 참 별로였다.
버스를 타고 20분 정도 달려 전쟁 박물관 근처에 내렸다.
그사이에 도로는 오토바이로 가득 찼다.
호치민 매연은 공장보다는 오토바이에서 나오는 게 정말 큰 것 같다.
우리나라 박물관은 보통 9시는 넘어야 문을 여는데 베트남 전쟁 박물관은 아침 7시 30분에 문을 연다.
대신 점심시간에 1시간 반 동안 휴관을 하니 시간을 잘 보고 가야 헛걸음을 안 할 것 같다.
베트남 전쟁 박물관 / War Remnants Museum / Bảo tàng Chứng tích chiến tranh
관람 시간 : 07:30 ~ 12:00 / 13:30 ~ 17:00
입장료 : 15,000VND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니 외부에 전시된 미군 탱크와 헬리콥터가 가장 먼저 보였다.
미군이 남기고 간 군사 장비들을 둘러 볼 때만 해도 서울에 있는 전쟁 기념관과 별 차이가 없겠구나 했는데
외부 전시실 한켠에 있던 미군 감옥 시설로 들어오니 전쟁의 잔인함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무릎 높이도 안되는 철장에 많게는 5~7명까지 집어넣기도 했고
옷을 벗게 한 후에 가운데 날이 서 있는 철판 위에서 계속해서 구르게 했다고 한다.
▲ 단두대
미군에게 맞고, 고문당해 다치고 불구가 된 수많은 사람들의 증언이 사진 형식으로 전시되어 있는데
앞에서 가던 서양인 관람객 한 명이 갑자기 구토를 하며 뛰쳐나갔다.
전시 내용이 견디기 힘들었나 보다.
전쟁은 보통 사람은 눈뜨고 볼 수도 없는 범주의 일들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행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것 같다.
한쪽 구석에서 힘겹게 숨을 몰아쉬고 있는 관광객을 안타깝게 바라보다 박물관 내부로 발길을 옮겼다.
내부는 총 3층으로 되어 있는데 베트남 전쟁 중에 쓰인 군사 장비와 사진 등이 전시되어 있다.
돌아다니다 보니 신기하게 미국사람이 여럿 보였다.
아니 들렸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호주 발음에 익숙한 나에게 미국사람들 억양은 귀에 콕 박힌다.
미국인들 입장에서는 보기 불편한 사실일지도 모르는데 이곳을 찾는 것만으로 대단한 것 같다.
확실히 베트남 전쟁 박물관은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이 적나라한 것 같긴 하다.
너무 사실적이라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르겠는 사진이 정말 많다.
▲ 고엽제 피해자 사진
근대역사에 나오는 전쟁에서 미국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미군이 참전한 세계 2차대전, 한국전쟁, 베트남 전쟁을 비교한 표인데
베트남 전쟁 17년 동안 세계 2차대전 때보다 3배나 더 많은 폭탄이 투하됐고 비용 또한 두 배로 많이 들었다고 한다.
대부분은 미군에 대한 내용이지만 간간이 한국군에 관한 자료가 나오기도 했다.
한국 베트남 간 수교 전에만 해도 한국군의 만행도 한 자리 크게 차지하고 있었다고 하는데
이제는 고엽제 피해자만 전시되어 있는 정도다.
우리에게 미군은 북한에 맞서 싸워주고
아이들에게 초콜릿을 던져주던 사람들이었는데
베트남 전쟁 박물관에서 본 미군은 잔인하기 그지없었다.
평생 미국의 좋은 면만 교육받고 자란 우리에게 베트남 전쟁 박물관의 전시물은 충격적일 수도 있겠지만
새로운 시각에서 미국을 바라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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