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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 여행] 멋있다! 두브로브니크 본문
두브로브니크
크로아티아 여행
스플릿에서 두브로브니크까지 가는 길은 거의 2차선 도로이다.
아드리안 해를 보면 달리는 게 크로아티아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점이라면
트럭 뒤에서 느리게 달리며 언제 추월해야 하나 타이밍을 재는 게 가장 싫었던 점이었다.
한번은 우리가 추월하는 게 싫었던지 추월하는 순간 속도를 같이 높이는 차를 만나서 꽤 위험한 순간도 있었다.
크로아티아는 즉흥적으로 온 곳이기 때문에 정보가 거의 없었다.
일단 캠핑장으로 가서 물으니 크로아티아 물가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비싼 1박에 35유료를 달라길래 발길을 돌리고 어찌어찌해서 계단 끝 언덕배기 집을 20유로에 얻게 되었다.
두브로브니크 집들은 대부분 언덕에 있는데
매일 숨 헐떡이며 이 언덕을 오르려면 절대 살은 안 찔 것 같다.
적당히 짐을 풀고 시내로 가려고 버스를 탔는데 기사 아저씨가 버스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어렸을적엔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었는데 오래간만에 보니 꽤 쇼킹하게 다가왔다.
특히 질서정연하게 딱딱 들어맞는 서유럽을 여행하다 크로아티아로 오니 이런 부분이 더 적나라하게 들어온다.
제일 먼저 달려온 곳은 두브로브니크 올드타운이다.
트로기르, 스플릿을 지나쳐오면서 이미 크로아티아 특유의 반질반질한 돌바닥은 익숙해졌는데도
두브로브니크의 첫인상은 강력했다.
여행하다보면 어떤 볼거리가 아니라 그 도시가 주는 분위기에게 더 큰 감흥을 느끼게 되는데
두브로브니크는 활력이 넘치면서도 차분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영화세트장 같은 이곳에 사람이 살고 가게가 있고 식당이 있다는 게 너무 신기해서 목적지 없이 골목골목을 돌아다니며 둘러봤다.
그러다 들른 곳이 Konoba Dundo Maroje 라는 식당이다.
사실 메뉴보다는 와이파이가 된다는 말에 혹해서 들어갔는데
옆 테이블에 앉은 커플이 너네도 트립어드바이저에서 보고 왔느냐고 물었다.
이야기를 나눠보니 이 커플은 트립어드바이저 추종자로
거기서 추천하는 집에서만 머물고 거기서 추천하는 식당에서 추천하는 메뉴로만 먹는다고 했다.
인생에서 실수를 웃으면서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바로 여행인데
가끔 삐걱거리는 침대에서도 자고 맛없는 현지음식에 고개를 내두르고 그래야 재미있지 않나?ㅎㅎ
시원한 맥주를 홀짝거리며 신 나게 무료 와이파이를 즐기는 동안에 음식이 하나하나 나왔다.
두브로브니크가 해안가다 보니 해산물이 많았는데
맛은 보통 수준이었고 분위기는 괜찮았고 스태프도 친절했다.
우리는 저녁 코스메뉴로 시켰는데 점심메뉴가 저렴하다고 하니 한 번가봐도 좋을 것 같다.
레스토랑에서 나오니 이미 해는 지고 운치 있는 두브로브니크의 매력을 한껏 뽐내고 있었다.
보통 낮에 멋있는 도시는 밤에는 더더더 멋있기 마련이다.
어디서 말 탄 기사가 나타나서 이 길을 통과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중세의 느낌이 물씬 나는 풍경이다.
멋있다! 두브로브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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